
뜨거운 여름날 집에 가던 중 아파트 단지 안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다.
약 6살쯤 되보이는 그 아이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헤헤 웃으며 자랑하듯 손에 든 비닐을 보여줬다.
그 안에는 내 손바닥만한 미꾸라지 두어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고 아이는 그걸 혼자 한 손에 들고 집에 가던 중이었나보다.
어린 아이한테 그건 상당히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었겠지.
평소 모르는 아이들하고 말을 잘 안하는데 그날따라 그 모습에 딸이 겹쳐지며 말을 걸었다.
-우와~ 그게 뭐야~ 어디서 났어?
-시장에서 가지라고 줬어
-와 너무 좋겠다. 그런데 엄마는 알아?
-아니. 아빠는 알아
-아..그래. 엄청 신기하다. 너무 좋겠어. 집에 조심히 들고가 안녕~
하고 헤어졌다.
아이는 한껏 자랑을 했는지 신나게 집 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.
잠시후 저 아이의 엄마는 얼마나 기겁을 할까
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.
아니 지금도 하고 있지..
몇년 전 주말.
나는 집에서 쉬기로 하고 아이랑 남편 둘이 생태공원에 놀러갔었는데
그날 마침 금붕어잡기 행사를 했었나보다.
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
현관에는 나를 향해 비닐봉지를 내밀며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와 그 뒤에 이 일을 함께 도모한 남편이 서 있었다.
동물을 키울 생각도 없었던 나는 너무 난감했고 아이랑 아빠 둘이서 알아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집에 금붕어 한마리를 들여놓게 되었다.
처음 채집통에서 시작한 우리 집 어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의 종류도 많아지고
여과기, 돌, 산소발생기 등 제법 구색을 갖추게 되어 몇년째 여러 종류의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다.
그 뒤로도 아이와 아빠가 함께 외출하면 그렇게 둘만의 작당모의가 시작된다.
달팽이도 데리고 오고
최근에는 올챙이도 데리고왔다.
올챙이를 데리고 온 날에는 아이가 아빠한테 엄마가 허락 안해줄 것 같다며 계속 걱정을 했단다.
낮잠을 자고 거실에 나왔는데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해서 뭐냐고 물어봤더니
내가 자는 사이에 작은 통을 씻어서 그 안에 올챙이를 넣어놓기까지 했다.
이미 아빠가 아이에게 괜찮다고 약속한 일에 내가 안된다고 하기도 그렇고
그래 대신에 이번에도 아빠랑 너가 책임져 라고 한 후 잠시 키우기로 했다.
신난 아이는 저녁을 먹고 아빠랑 집 앞 마트에 가서 올챙이용 작은 어항을 사가지고 왔다.
그렇게 또 식구가 늘었다.
매일 저 올챙이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.
낮에 만난 그 아이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.
이건 다 아빠가 문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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